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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여행지를 정해야 한다목적지가 분명해야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으니까내가 여행지를 크로아티아로 정한 것은 순전히 엄마 때문이었다.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를 본 후로 엄마는 크로아티아로 여행 가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TV에서 크로아티아에 관련된 내용이 나올 때마다 저기가 그렇게 좋다던데.” 하고 말했고여행 경비를 같이 모으자고 나에게 제안하기도 했다그럴 때마다 나는 "그러자."라는 무심한 대답으로 넘어갔다엄마는 가고 싶어 했고 갈 준비를 하려고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2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어느 날이었다나는 마지막 학기의 시간표를 짜는 데 몰두하고 엄마는 TV를 봤다. TV에서는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었다엄마가 또 습관처럼 말했다

언제 가보냐저기는.” 

그 말을 듣자 멍해졌다언젠가 엄마는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고 몸이 아파 여행하기 어려울 텐데나에게 여윳돈과 시간이 충분할 때가 왔을 때그때도 엄마가 지금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물론 앞일은 모른다내가 먼저 세상을 뜰 수도 있다.

몇 번이나 들어왔던 말인데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도 이유를 알 수 없다그러나 그 생각 덕분에 나는 그 순간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가자.”

그리고 나는 곧바로 엄마와 함께 크로아티아로 떠날 항공권을 구매했다.
  
살갑게 지낸 적 없고 단둘이 외출할 일도 별로 없던 어색한 모녀가 그렇게 갑자기 자유여행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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