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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엄마의 얼굴에는 복잡미묘함이 어려있었다. 늘 바라던 곳에 올 수 있었다는 기쁨, 패키지 여행에서 벗어났다는 뿌듯함, 좀 더 머무르고 싶은 아쉬움, 그 외에 무엇이 더 섞여 있는 표정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나의 기분도 종잡기 어려웠다. 아마 엄마가 본 나의 표정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 사이에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내가 인지하고 있던 유일한 생각은 반성이었다. 단둘이 떠났던 첫 여행이자 엄마를 위한 여행, 하지만 엄마를 배려하고 돌보지 못한 상황도 많았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엄마를 챙길 겨를이 없던 경우도 있었고, 난생 처음 맡은 가이드 역할이 버거워서 짜증을 내기도 했다. 유쾌한 시간만 누릴 수 없는 것이 여행이지만 그 원인을 내가 제공하기도 했을 거라는 죄책감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여행에서는 좀 더 나은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싹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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